3121, 해질녘 산을 오르는 이여 / 10, 31
종종 걸음 가쁜 숨
길게 늘어진 석양빛을 등지고
햇살 한 짐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이여
가벼이 비운 보따리엔
붉은 황혼 내려앉아 쉬고 있고
청솔가지에 매달린 소슬바람 함께 매달려
이미 짙어버린 가을을 노래하고
길가에 핀 하얀 산국의 미소
거짓 없는 춤사위가 너무도 고운이여!.
대저
무엇을 찾는 길이기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밟아가며
해질녘 비탈진 산을 오르는 것이려나.
헤아릴 길 없는 묵언정진
내리는 땅거미로 벗을 삼고서
마음 속 온갖 번뇌 화두를 삼고 흐른다.
잃어버린 그 무엇을 찾아가는 길
마음은 환희롭거니와
발걸음은 마냥 신명으로 내딛고 있는데
오랜 겁 빛바랜 흔적들
하나 둘 펼쳐가며 날려 보낸다오.
산이 있어 산을 오른다. 누군가 말하지
걸음걸음 내 딛는 이 길이
내 안의 나를 찾아 가는 길임을..
천상으로 오르는 길임을 뉘라서 알랴.
바람이 등을 밀어주며
온갖 풀벌레의 애절한 노래는
마음 속 흥을 절로 불러 깨우고 있음이네.
붉게 타오르는 가을산하에는
이미 천상과 지상의 경계를 허물고
신명들의 어울림축제는 무르익어 간답니다.
날마다 좋은 날 이루소서..미소향기 지행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