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9, 떠나야 할 시간..(비움) / 미소향기 지행
빈 그림자 하나가 걸어갑니다.
그림자 둘이 겹쳐지고
길게 늘어진 보도 위엔 겹겹이
발라당 드러누워 낮잠을 청하나 봅니다.
왠지 모를 허탈함
같이 가자며 조르는 아기마냥
쉬이 떼어놓지 못하는
나약한 누군가를 추궁하는 듯합니다.
내 안 깊숙이
자리한 안온의 편린들이
편리함에 길든 애완견 인양
집착의 멍에인양 떨어질 줄 모릅니다.
계절 앞에서
입새를 떨어대는 나무처럼
시공 앞에서
허물을 벗는 노랑나비 같이..
벗어두고 홀연히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우리의 마음 속
깊숙이 감쳐진 순수의 날개를 달고
자유를 노래하는 물처럼
쉼 없이 오가는 바람같이 떠나야 할 터이지요.
날마다 좋은 날 이루소서..미소향기 지행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