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미소향기
2020. 12. 28. 11:18
5353, 삼매 흐르는 중에.../ 미소향기
일체를 깨우는 심경으로
고요의 옷을 껴입으며 길을 걸어갑니다.
한줄기 선바람 앞서서 길을 열어젖히면
물소리는 저만치서 함께 가자며 뛰어옵니다.
금빛 노을이 이는 동산을 오르면
저만치에 펼쳐지는 풍광은
지상의 정취가 아닌 천상세계의
어느 경계를 모셔 온 듯 그렇게 여겨집니다.
천리만리 멀리 보이는 산들도
가까이 보이는 듯 아주 뚜렷하게 보이고
기암괴석의 형상들이 마치
신선의 수행삼매 든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들의 흔들리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절로 어깨춤을 추며 율동을 따라하고
흐르는 물은 천길 물속이 다 비춰 보이는데
물속의 조가비들이 보석 아닌 것이 없고
돌과 바위들이 모두가
금빛이요, 은은한 자금색을 띄고 있습니다.
또 어느 공간에는
꽃을 가꾸는 이들을 만나는데
그들은 마치 나비가 꽃 속을 들고나듯이
들락거리면서 꽃잎을 닦아내고 치장을 합니다.
아주 정성스럽게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구품연화를 피우는 수행이랍니다.
그러함이 수행의 한 모습이라 여겨집니다.
그때 맑고 오묘한 향기가 날려 옵니다.
마치 막힌 장막이 걷어지고 나면
맑은 날씨가 펼쳐진 듯이
아주 향기롭고 쾌청한 세계가 펼쳐집니다.
커다란 새들이 날아오르는데
그 크기가 각기 다르지만
큰 새는 커다란 산과 같이 크고
머리모양은 공작의 머리요,
몸통은 커다란 거북을 닮은 타원형이요,
날개는 동천과 서천을 두루 이을 듯이 넓고
여러 갈래 꼬리는 천길 아래로 늘어져 있는
그러한 모습이 天鵬천붕이라 여겨집니다.
묻습니다.
저 새는 무엇을 먹고 삽니까?
불자시여 저 새는 수행자를 보호하는 새이며
수행자의 신심공덕으로 살아가는 새입니다.
자신이 보호하는 수행자의 호신조이며
수행자가 이루는 성취만큼
저 새도 다음 생에는 불도를 이룬 이의
원력을 이어받아 정토생을 이루게 된답니다.
또 어떤 새는 구관조의 부리를 하였는데
눈은 용의 부리부리한 눈을 닮았고,
날개는 마치 제비의 형상으로 날씬하고,
넓고 엄청나게 길며 날렵하게 생겼고
꼬리는 넓게 퍼져있는 모습이
마치 독수리를 연상하게 하는데
독수리는 아니어라. 무슨 새냐고 물으니
천황조라 이름하며 용을 먹고 산다고 합니다.
또 아주 작은 새를 봅니다.
참새의 부리를 하였는데 참새보다도 더 작습니다.
새들의 색상은 금색,
청색 보라 녹색도 있는데
그들도 모두 수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 합니다.
진금색의 날개를 완전히 갖추면
상천으로 날아오르는 대붕이 된다고 합니다.
또 어느 곳을 이르는데
그곳은 꽃들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자리마다
새롭게 꽃이 피어나고 새움이 돋기를 반복합니다.
떨어지는 꽃은 마치 하늘에서
瑞雪서설이 날리듯 온 공간을 흩날리며 내립니다.
향기는 절로 불성을 일깨우며
최상의 수행의지를 세우게 하는 향기라 합니다.
이러한 나무와 꽃들이
천지에 널려있는 꽃들의 나라입니다.
또 어느 공간을 구경합니다.
물이 흐르는데 아주 맑고 향기롭다 여겨집니다.
황금표주박으로 한 모금을 떠서 마시는데
혀에 닫기도 전에 온 몸으로 퍼지는 기운을 느낍니다.
팔공덕수라 하며 감로수라고 부른답니다.
죽은 이도 이 물을 마시면 소생하다고 합니다.
지옥의 중생이 이 물을 한 모금 마시면
즉시 몸을 바꾸어 천상에 태어난다고 합니다.
어느 궁전에 듭니다.
맑은 광명이 빛나는 천장에는
해와 같은 보석들로 빛을 내고 있었고
단상에는 여러 부처님들이 삼매에 들어 계시고
향긋한 향불이 피어오르는 단상 앞에는
금빛 상호에 왕관을 쓰고 삼매에 계신
합장하고 미소를 짓고 계시는 부처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가 웃으면 나도 동시에 따라 웃는데
그가 말을 하면 나도 따라서 같은 말을 합니다.
“잘 오셨소,..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참으로 오랜 시간 이었습니다.
이리도 오랜 숙원여행을 이루었으니
참으로 귀하고 아름다운 여행이었노라 며.. “
마음으로 동시에 같은 말을 하며 눈시울을 적십니다..
한 자락 선풍이 흔들어 깨울 때까지...
5~6시간을 고요 속 삼매를 흐른 듯합니다.
삼매 속의 시간은 數劫수겁이 흐른 듯 여겨지지만
상천에서의 그 약속으로 찾아든 고향이라 여기니
이곳 염부제에서 소임을 다한 후에
다시 만날 여정을 기리며 곱게 합장하며 하늘에 삼배를 드립니다.
보고 듣고 말하고 맡고 취하고 한 기억..
또렷하지 않은 부분은 제하고 기억나는 부분만
떠오르는 대로 그려보며 일기장에 남겨봅니다.
---日 日 好 是 日--- 미소향기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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