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17, 가을밤 / 미소향기
밤별이 쓸고 가는 고요인의 뜰에는
창가를 두드리는 은한달빛 한 자락
지난 시공 이야기를 묵언으로 나누는데
삼매 속 우주를 맴돌다가 새어드는
선바람 하나가 가을밤을 지켜가며
벗님들을 그윽한 눈빛으로 불러 모은다.
계곡물도 까치발로 조심조심 걷고요.
잠든 풀잎 흔들어 간지럼을 태우며
대숲 사이 숨어들어 숨바꼭질도 하네요.
물결 위에 살랑살랑 춤을 추는 듯이
고요를 이불삼아 잠을 청해 보련만...
솟구치어 피어나는 이 그리움 어쩌라고요.
다시금 불 밝혀 바른 가르침을 따라
일심염불 회향발원으로 고요히 흐르는 강
이내 그리움도 덩달아 삼매 길을 흐른답니다.
문득 마음 가득 번져오는
소중한 인연들을 안고 함께 가리라는
서방정토왕생발원으로 그대를 안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