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0, 가을 편지 / 남 백 제 집인 양 휑하니 들락거리며 단잠을 깨우는 얄미운 가을바람과 그기에 더하여 소리 없이 새어드는 무심을 과장한 저 달빛 한 자락 펼쳐진 가을의 아릿한 품으로 천지를 가득 보듬은 것을 이미 알았고 청량한 목소리로 성인의 말씀을 소리 내어 노래하고픈 이 축복의 계절에 덥다며 밀쳐둔 일과를 다시금 챙겨야 할 시각 이어지고 또 겹쳐지는 오늘과 또 오늘을.. 가만히 안으로 정리하여야 하는 계절이려나. 대숲을 간질이는 시공의 기척에 마음 쓸어대는 달빛의 손길에 이끌려 만월에 취하여 괜스레 눈시울 적시는 귀뚜리의 노래로 가을밤은 깊어만 가는가. 분주하다며 잊고 지낸 심사 가만히 열어젖히고 긴 편지를 쓴단다. 고마움으로.. 그기에 그리움 살짝 얹어서.. 사랑하는 나의 정선에게로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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