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1, 청솔 그늘아래에는.. / 미소향기 지행
고요적막을 열어젖히며
여름햇살이 사정없이 쏟아지는 날
마음 가는대로 나선 여행길에는
불길 앞에
녹아내리는 남극의 얼음덩이마냥
무더위에 녹아내리는 심신이 힘 든다.
가눌 길 없는
이 축축한 처지를
청솔 그늘에 하나 둘 꺼내놓는 날이다.
그 아래로 솔바람 정겹고
신명에 취한 산새들 노래 어울려
천지의 경계를 허문지 꽤 오래 인 듯하다.
분주함을 잊어버린 촌로에게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삶의 시계소리도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에 잦아들어
이미 오래전 그 똑딱임을 멈춰버렸나 보다.
편백과 솔향기 어우러져 바람이 되어
이 가지 저 가지로 청정의 향기가루를
거미줄에 이슬 마냥 초롱초롱 뿌려놓고
겁 외의 자유로움으로 가득한
미소를 일구어 주는 푸른 솔 그늘에는
어느 촌로의 이야기는 끝 모르고 피어나는데
오늘도...
어느 한적한 이의 그리움은
오가는 바람에 가만히 그 속내를 펼쳐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