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2, 고독 / 남 백 천지에 긴 밤은 흐르고 달빛 새어드는 열린 창으로 풀벌레의 애젓한 가을 노래만이 적막을 깨우며 함께 흐르고 있는가. 가슴을 잇는 지난 이야기에 어제와 오늘의 때 묻지 않은 순수의 일상을 그 안에 묶어두고 가을이 오는 소리를 쫑긋 귀 세우고 마음으로 듣는다. 천지에 벗이야 많지만은 함께 나눌 이 가까이 없으니 차라리 은은한 저 달빛과 대숲가지에 잠든 실바람 불러다가 천년의 흩어진 그리움들 하나 둘 흔들어 잠을 깨우고 하릴없이 길게 늘어진 고독 내 마음 여유 한 가닥 풀어 헤치고 별이 웃음 웃는 이 가을밤 풀벌레의 불러주는 아리아에 취하여 권커니 젖거니 그대와 소요의 길 흘러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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