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5, 가을날 해질녘에는. / 남 백 담담한 마음으로 이별을 앞두고 마주앉은 연인의 붉은 눈시울 닮아서 가을이 깊어가는 해질녘 황혼 길에서 그 뉘의 가슴으로 말없이 흐르는 그 고요의 강에는 천만 회한으로 빚은 한 방울 눈물로도 충분히 넘실대고. 산하에 가득한 가을이 뿜어내는 별리의 향기에 하늘은 저리도록 붉게 울고 바다는 금빛 노을로 물결 일렁이는가. 세상에 널려진 모든 서러움 어김 없이 모우고 이루며 쌓아온 흔적들 모아다가 여한 없이 불사르는 황혼 앞에서 알며 모르며 쌓여진 밝음과 어둠으로 새겨진 잔흔들을.. 해원하며 보내는 숭고한 예식 그래서 가을날 해질녘에는 노을 저리 붉게 타오르고 있나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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