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6, 빈산에는 무료함이 / 미소향기 지행
솔가지 사이로 내리는 햇살은
파란바람의 싱긋한 노래가 되는 길
무료한 펼쳐놓고 여행하기 좋아서
한자락 숨결을 따라 금 새 바람이 된다.
무한 물결 속 그 일렁임으로
그리움을 전하는 순수의 몸부림 속
잡은 것 없고 놓은 것 없는 이의
진아 삼매에 든 해맑은 미소향기는 번져
연화산 자락을 은혜로이 맴도는
뽀얀 산안개로 뭉게뭉게 피어나고
내리는 햇살을 살며시 밟으며
천계의 계단을 오르느라 저리 분주하더라.
흐르는 세월 앞에 그 모두를
저당 잡힌 자연인의 가벼운 무료함
이고 진 흰 구름의 형상 앞에
돌아보는 삶은 절로 눈시울 붉어지고
동행하는 이 없어도 발길 가볍고
가만히 귀를 열고 삼라의 소근그림 들으며
눈을 감은 사이로 솔바람에 매달린
환희의 세상을 마음에 아낌없이 안다보면
회한 없는 세상,
이 바로 여기임을 알리라.
빈산에 드리우는 하얀 적막 밟으며
오욕의 옷가지를 가만히 벗어 버리니
가을 산 선바람 한줄기 신명으로 내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