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7, 고요속의 그리움 / 미소향기 밤은 어둡지만 아늑하여 그래서 좋은 것이다. 찬란한 광명으로 천지를 비추지는 않더라도 소곤거리며 다가오는 작은 별들이 불러주는 노래가 있고 꿈결 속 여행을 어루만져주는 해맑은 달님의 고운 미소가 늘 염려의 눈빛으로 지켜 주시기 때문이다. 적막이 둘러진 내면을 따라 고요의 흐름에 젖어들어 꿈결 같은 삼매의 강으로 흘러들다보면 천만의 상념들이 솟구치고 지어지고 또 망각속의 지나간 생의 발자취를 쫓아서 천계의 계단을 오르기도 하고 은하 저 멀리 두고 온 그리운 옛 고향을 찾아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밤은 고요 속의 그리움의 바다라 부르리라. 이 변화의 세상을 바다라면 나는 묵묵히 노를 젓는 여행자가 될 터이다. 선바람 살랑대는 정각의 바다에 반야지의 배를 띄어 거듭남의 파도를 헤치며 대해를 향하여 길 가는 나는 여행자이다. 중추절 자시무렵 달빛의 서성이는 기척으로 가만히 삼매 속 그리움을 깨우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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