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 수도의 길에서 문득 / 남 백 나를 잘 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바라보니 내 안의 나는 천 갈래 만 갈래입니다. 그것을 감추고 밝은 빛으로, 밝은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이 현재의 나의 수행 모습이였음을 압니다. 비운다 하면서 비워 내지 못함은 집착과 욕망의 벽을 넘지 못함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그렇게 그것을 차곡차곡 쌓아둔 채로 지내고 있었나 봅니다. 그 수많은 가식의 틀마저도, 내가 가진 작은 버릇 하나까지도 모두가 소중한 듯 붙들고 있었나 봅니다. 그렇게 부여잡고 있었다는 마음이 이제야 다가옵니다. 수도의 길에서 문득 다가오는 의미 하나. 비움 그리고 채움, 그 어느 날, 우주와 나의 존재성을 알게 되었고 그 존재를 두고 이루어 가야 할 소명을 알게 됩니다. 나를 채우고 비우며 나의 것이라 했던 그 하나까지 공유하는 마음으로 우주에 보내는 것임을 오늘 알았습니다. 남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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