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3, 지리산 노고단의 노을에서 / 남 백

 

 

불붙은 하늘에 고요가 길게 내리면

저무는 노을빛 한 줄기 천상신계를 밝히고

선계의 천문은 소리 없이 열리더라.

 

선한 빛무리들 별이 되어 내릴 때

지상의 귀한 인연으로 하나 둘 찾아 들고

은하를 타고 내린 고운 빛 무리 하나

서해의 운무 헤치고 지상으로 내릴 때

천지는 붉은 장막을 걷우고 서막을 열면

우주는 그 어울림의 합주곡을 연주 하더라.

 

지평선 멀리 해님의 가린 얼굴 사이로

안녕을 고하는 메아리 길게 울려오면

선객의 한 점 그리움도 동행 하느니라.

무심의 선바람이 되어 인연 찾아 들고

우주는 일순간 지극한 평안으로 열리고

적막 속의 적막인가?

가슴 속 아릿한 이 서러움은 또 무엇이던가.

 

차마 떨치지 못하는 어둠이던가.

정화의 바람소리 아직도 매섭거늘

어찌 봄꽃의 향기에만 취할 것인가.

아직도 겨울의 찬바람은 끝이지를 않는데

겉멋에 취한 이를 두고 어찌 돌아선단 말인가.

 

노을빛 길게 내리는 지리산 노고단 자락에

가는 해 저리 붉게 타는 연유를 아는가.

하늘의 마음 지상으로 나투는 염려지심으로

지상의 어둠을 걷어 가려 함이니.

점점이 녹아드는 고요속의 여의무심

흐르는 눈물의 의미 그대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남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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