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 설거지 / 미소향기
한 마음 고요로
이불을 삼아
삼매를 흐르는 시간이면..
더덕더덕
파랗게 낀 흔적들과
불끈불끈
솟구치는 욕망의 가지들..
너들, 너들 그리는
다잡지 못한 마음의 갈피들을..
하나 둘 보듬고
우주를 휘돌아 오르는 시각
별이 되는 이
꽃으로 피어나는 이
향기로서 정겨이 어울리는가.
지난 흔적들 하나 둘
자유를 구르는 바람과
청정 물로 씻어 말리어
솔가지에 살포시 걸어 놓으니
햇살 하나 빌려다가
주름, 주름 다림질도 하였으니.
이 마음을 비우고
해원으로 씻어 내다보면..
천지우주를 정화하는 설거지..
구도인의 참 모습 아니려나.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미소향기 _()_
1941, 자신을 다스리며 / 미소향기
화냄이 최고의 죄업으로 가는 문이다.
무릇 수양이 높다느니 깊다느니 하여도
성냄으로 푸른 핏대 올리는 것이
아귀가 되는 첫 번째 지름길이니라.
한 숨결 고요를 찾아드는 순간까지
마음을 헤집고 들어오려는 붉은 기운들..
어리석음의 嗔俄를 보고 있노라면..
내 안의 화의 종자가 무성하기 때문이라.
더러는 보리심으로
더러는 신심 속 수행으로 스스로를
다스리는 것은 참으로 힘든 것이려나..
가만히
두 손을 모우니 흰 구름 하나 벗하고
한 줄기 햇살이 창문 새로 길게 내린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미소향기 _()_
1940, 돌탑이 눈을 뜨고 / 미소향기
동이 트지 않은 새벽
아직은 푸른 별빛만이 남아
가물가물 졸린 눈으로
대지를 비취며 지켜가는 시각이다.
산사의 돌탑 아래로
해맑은 달빛 하나 널려있고
뜰 앞 옥샘의 울려오는 물소리에
별들의 노래 도란도란 꽃으로 피었다.
우주를 쓸고 있는
선객의 마음 빗자루 끝으로
저 멀리 솟구치는 환희 심을 깨우고
삼매의 강으로 흐르고 있는데...
긴 그리움의 꿈을 깨우며
번쩍 돌탑이 눈을 떠는 시각
어슴푸레 대지에는 여명이 내리면
내 안의 如意珠도 밝음의 눈을 뜬다오.
날마다 좋은날 되소서...미소향기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