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 산사를 지키는 돌탑/ 남 백
햇살 사이로 시냇물 소리
곰솔 아래 아늑한 초입 길
부조 탑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선사들의 화두선이 한창 펼쳐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졸고 있는
마당을 지키는 石燈석등 하나
석양 앞에 그림자 길게 내리고
천년 시공을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누군가의 지극한 그리움
향불 사루고 간 그 자리마다.
휑하니 탑 돌다 가시는
香煙향연에 취한 바람이 나를 반기고
염화미소 고운임의
불심향기 處處처처에 놓여있고
오가는 청풍의 장난 속
풍경의 손길만 애써 바쁘더란다.
가만히
합장 이루며
마음 한 자락 걷어 내어
돌탑 언저리에 살포시 걸어둔다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미소향기 합장
1966, 산사에 부는 바람 / 미소향기
바람으로 지나는
현제를 걷는 이 길에
무슨 의미가 되었고
무슨 존재로의 거듭남의 만남이던가.
오느냐.
가느냐.
한정 없는 떨림 사이로
자유의 푸른 바람으로 흐르나.
겁 겁의 흔적 헤치고
당당히 마주하는 그대
인연들 불러 모아
못다 한 이야기로 채우려는가.
세상의 따뜻함이야.
햇살로 감싸는 품이라지만,
봄바람 살랑대는 날
들꽃의 향기 그 미소 아니려나.
청솔향기 그윽한 그곳
청련 암자에는
신심의 향불 오르고
선승의 염불삼매 그 길을 따라서..
살포시 녹아들다 보면
어깨를 다독이며 함께 하는 너
너는 가벼운 바람,
향기로 전하는 선바람 하나..
그 뉘의 지극한 원을 따라..
일구는 신심의 바람
여유로서 하늘 오르는
산사에 부는 저 바람에 묻는다.
너는 누구냐.
너는 누군가.
너는 누구더냐며.. 묻는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미소향기.._()_
1962, 비움의 자리 / 미소향기
하늘 도인의 원력으로
고요공간으로 숨어 내리는
향기바람 하나 불러 세우고
청산 걸린 거미줄로 묶어 놓았나.
살랑대는 바람결,
안달로 치달리는 거미줄에는
그 누구의 그리움들이
소리 없이 매달려 춤을 추어 대는가.
달빛 쓸어내린 계곡에는
流星이 그려놓은 天羅陣(천라진)에
은빛 그리움 하나 맴돌아 흘러.
금빛 여의주에 살며시 녹아들더니..
그 뉘의 삼매 속 비움의 강으로
금빛 신선의 대자비의 손길 나리면
하나 둘 인과의 조각 녹여가며
청정바다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답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미소향기 합장
1961, 지극한 도는 그대 마음에 남았고/ 미소향기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지극한 도는 그대 마음에 남았고
간절함 하나 움이 돋고
꽃을 피워 향기가 되리니
천겁을 해원하는 그리움 되리라.
한마음 돌이키면
그대로 오롯한 부처일세.
한 마음 찾아드니 아미타현신
굳이 말하지 않아도
고요 속 정각 가는 길
이대로의 현상과 처지에서 비롯하고.
미쁘게 보다보면
스스로 부처의 안목이요,
걸림 없는 신선이 그대 아닌가.
그대여!
지극한 도는
이미 그대 마음에 있음이네.
부대끼며 흐르고
웃음 웃는 그대가 바로 부처일세...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미소향기 합장
1959, 빈 가슴 적시는 물소리/ 미소향기
단풍 짙은 길을 드니
이미 속계의 향은 사라지고
신선한 선향 속으로 그리움이 인다.
그 뉘의 염불소리 녹아
계곡으로 내리는 물소리
절로,
절로 신명으로 흘러들고 있네.
분별없는 산안개는
이 산 저 봉우리와
천상의 경계를 하나로 이어주네.
선계를 걷는 몸
절로 흥취에 겨우니
한 줄 시가 절로 터져 나오고
빈 가슴 적시는
계곡물의 노래 소리
어서 오라며 나를 반기고 있네.
참회로 흘러가는 길
가만히 용서를 청하고
더러는 없는 듯이 내려놓으며..
아,
나누며 가다보니
마음 결 가벼움이
햇살 자락인양 보드랍고 가볍네.
날마다 좋은 날 이루소서..미소향기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