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6, 벌초/ 남 백 흰머리 푸른머리 모두 깎아 드리자. 조상님 무덤가에 삐쭉히 솟은 풀이랑 나뭇가지들 삭발하듯이 깎아 드리자. 신명의 예초기는 절로 흥겹고 갈쿠리로 긁어내는 손길마다 조상들께 올리는 정성 아닌가. 양짓골 소나무 그늘아래 고조부모님의 산소 구낭골 잔솔밭 할아버지 자손들 모여 웃으면서 시원하게 벌초를 한다. 흰구름 흘러가는 하늘가에 고요한 웃음 웃고 계실듯하다. 남 백




1203, 안개 갈린 규봉암자에는.../ 미소향기 절벽위 천년 누각에 빈수레의 그림자 멎었고 하늘 그리는 이 마음에 적막을 깨우는 둥근 달 떠오르네 뉘라서 부처의 길 멀다 하더뇨. 흐르는 구름 사이로 청정의 노래하는 바람이 되어 하늘과 땅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는 몸이 부처가 아니라면 또 뭐라 부른단 말이더냐. 돌아보면 선 바람은 삼계우주를 오고 가고 이 몸은 바람되어 삼라만상 품어 안고 유주하련다. 무등산, 솟은 입석대마다 신령스런 빛 서리었으니 산안개 둘러친 규봉자락에 오색 무지개 상스럽게 걸렸구나. 무등산 규봉암자를 그리며...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미소향기 합장


      1202, 빈 그리움 하나 해원하며/ 남 백 내 안으로 길게 하늘비 내리면 젖어드는 마음자리 거품 하나 일어난다. 내 이미 잊었노라 승화로서 달랜 흔적 소리없이 머리들고 하늘로 솟구치려 하네. 발원으로 보낸 무한 해원의 마음도 내 안의 그대를 위함이였으며 스스로를 열어 도광빛으로 감싸 보낸것도 모두가 최상승의 상생조화를 위함이라. 소리없이 보내고 한정없는 그리움을 안으로 안으로 축원하며 눈물로 위하며 하늘의 그 자리에 들기를 빌었거늘 무엇으로 그 뿌리가 남았더란 말인가. 아, 마음은 이미 고요함으로 흐르더니 무심 삼매로 흘러드는 아늑한 길에서 빈 그리움 하나 무념으로 다독이며 빛으로 맑은 해원하며 그대 보내 드린다. 남 백




1201, 육신을 벗고 귀천하는 그 날에는.. / 남 백 이 몸이 육신을 벗고 하늘에 귀천 할 때는 한 점 미풍으로 소리 없이 물러나게 하여 주옵소서. 목숨 다한 향불의 재로 사그라지듯이 마지막 숨결의 의미 지상 인연과 나누며 가벼이 오르는 하늘향기가 되게 하여 주소서. 자연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위함으로 아낌없이 다 주고도 자신을 태우는 햇살처럼 걸림 없이 미련 없는 길 가게 하여 주소서. 채워진 욕망 흔적 없이 비워 내고 천지를 유주하는 가벼운 바람이 되어 인과의 정한 緣起(연기)를 따라 하늘에 올라 신인합일로의 가는 최 상승의 수행으로 금생 간에 일체를 이루어지게 하여 지이다. 세상의 아픔과 가난, 욕망의 흔적들은 밝음의 도광으로 모두를 정화 순화 승화하고 지은 공과의 짐만큼 지고 가게 하여주소서. 베풀었던 그것들은 바람처럼 사라지고 받거나 얻은 것들 모두 공덕으로 되돌리려니 만나고 헤어진 인연들 모두 백련화에 태어나고 삼라만상 그 모두가 하늘자리에 들게 하옵소서. 남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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