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8, 나의 아내에게.. 2010년 시월의 마지막 날에... 청련 암자의 성각스님의 배웅을 뒤로하고 산마루를 오르는데 저 멀리 황새 고개(재)의 끝자락을 알리는 하늘 조각들이 울창하게 들어찬 나무 사이로 하얀 하늘이 새어든다. 흐르는 땀과 가쁜 숨소리가 자연으로 화하는 듯 느껴지는데 어느새 한 자락의 바람이 되어 산봉을 넘어가는가 보다. 마음은 이미 속계를 떠난 듯 마음 속 환희가 솟음 하는듯 산마루에 오르니 맑고 선한 바람이 내 안으로 지난다. 천상으로 불던 바람이 지상으로 내린다면 아마도 여기를 거쳐 지날 것이리다. 멀리 고성 바다에 아기자기 섬들이 펼치는 환상의 파노라마 남해 바다를 거쳐 울려오는 바람은 청명한 그리움되어 불어오고 하늘 그리는 지상의 신선들의 정성이 연꽃의 향으로 피어나서 이곳, 이 산정에 머물 것 같은 그런 신선한 바람의 향기를 맡아 본다. 오르는 중간에는 천 년의 시공의 역사를 지나온 산사 주변의 경관과 우람진 낙랑장송의 배웅을 받으며 기운을 내어 고행의 길을 걷는 듯하고 솔바람이 함께 동행하고 사랑하는 이와 손을 잡는 산속을 걷는 보살행, 그다지 힘들다 싶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땀으로 온 몸을 감싸는 것 같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길은 힘이 들기 마련이다. 아내와 정겹게 오르는 산행이라서 그 즐거움은 배가되어 다가온다 해도 어차피 자신에게 쏟는 정성이요, 스스로에게 드리는 보시행 아니랴. 잠시의 땀을 식히며 연화봉을 향하여 오르는 길은 가파르고 힘이 든다. 아내의 호흡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자꾸만 뒤처지려는 것을 다독이며 보조를 맞추어 오르는 길에서 무한의 도의 조각들을 각인하듯이 찾아보는 것 같다. 어쩌면 자신에게 드리는 무량의 정성이요, 동행하는 그림자를 인도하는 것이리라. 힘은 들어도 정성으로 비워가며 가벼이 올라야 하는 천상으로 난 길인 듯하다. 땀으로 또 쉬엄쉬엄 걸음걸음 옮기는 중에 나무에 등을 기대기도 하고 나무뿌리가 만들어 주는 계단을 따라 한 걸음 수행의 길을 걷는 듯 조심스럽다. 얼마를 올랐을까. 호흡소리 거칠어질 때 즈음에 연화봉 산정을 휘감는 흰 구름이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보인다. 동행하는 아내의 조금은 불평 섞인 힘든 고뇌를 마음으로 품으며 힘내라. 힘을 내자, 얼마 남지 않았다며 용기를 실어본다. 산을 오르는 것은 저기에 산이 있음이라 했던가. 산을 오르며 땀을 흘리는 재미는 어쩌면 그대와 함께 산을 오르며 인생의 고뇌를 논하며 인생의 가는 길, 그 힘든 길을 동행하는 의미가 녹아 있기 때문이리라. 구도의 길 가는 나그네인 우리들. 스스로 의지를 세워 생명으로 존재하는 금생에 이루어야 할 천명 아니던가. 자연의 고마움도 배우고 함께 하는 동반의 큰 의미도 깨우치면서 그대와 어울려 생의 꿈도 가꾸며 인연으로 손을 잡고 가야 하는, 그대와 함께 흘러가는 것, 이생 나에게 주어진 하늘이 내려준 소임을 알아가는 것 같다. 드디어 산봉에 올라서 한 모금 물로 목을 축이며 사진 한잔 찍으니 산을 오르며 힘들었던 과정은 금세 잊어본다. 산이란 오르기만 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즉 많이 취하려 하는 채움만을 배우려는 얄팍한 심사에 한 가닥 외침 ~활~ 오른 것만큼 내려가는 것도 배우는 것이다. 새로움을 채우기 위한 내 안의 고요한 공간을 만들어 그 공간으로 진리를 담고 고요의 싹을 틔워 하늘을 가르는 줄기 만들듯이. 일상의 삶에서도 그러하듯이 무수히도 산을 오르고 산에서 내려가는 과정의 반복 또 등산과 하산하는 과정도 대해의 물결이 되어 오가는 파도에다 비유해 보며 살아가는 동안에 만나 때로는 취하며, 때가 되면 놓아 보내야 하는 연속으로 정화 순화 승화시키는 과정 일 것이다. 그러한 높고 낮음을 적당히 조율하고 조화롭게 이루어 가는 것이 인생이라 여겨본다. 그렇게 아내의 손을 잡아주면서 거의 수직으로 선 석벽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연화봉의 험한 길을 10분정 도 내려오니 경사는 완만해지고 평편한 길이 열린다. 낙엽이 푹신하게 등산객의 곤한 걸음에 힘을 실어 준다. 누구라도 반겨주는 산, 그리고 무한의 그리운 이야기를 나누는 산, 흘러서 구름을 품고 지나는 바람으로 쉬어가는 산정의 봉우리에서 느끼는 의미, 삶이라는 이름, 도를 이루어 가는 나그네의 길이 되고 뜻이 되고 그렇게 감싸 주는 산, 그래서 도를 깨우치려 연화산을 오르는 의미란다.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산행을 마치고 처음의 출발했던 곳으로 내려오니 잠시의 노곤함이 찾아들고 땀으로 지나온 여정의 길을 되돌아 보면, 이 모두가 도의 길 가는 수행의 일부분이요, 함께 지나온 인과의 길임을 알 것 같았다. 감사한다. 나의 아내에게. 2010년 시월의 마지막 날에. 남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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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그리움의 향기/ 남 백 어제의 긴 이야기는 까만 우주를 건너 은하로 들고 청롱한 잎새마다 열리는 이슬의 합창 기다림의 노래 암흑 천지는 여명으로 깨어난다. 언제였던가. 하늘이 되리라는 긴 염원의 꿈을 꾸던 날이 인연들 향하여 긴 기다림 빛나는 별이 되고픈 그 언약 오가는 바람만이 무심한 공허를 넘나드는데 언제 우리가 만났을까. 별이되고 바람이 되어 저 멀리에서 지켜주는 홀로 지샌 별지기의 무정의 밤 측은지심 하얗게 새워버린 마음을 차라리 구름이라면 바람으로 벗하여 가랴만 홀로 그리는 하늘은 가을산의 구절초 향기 되어 오늘도 무심 속 그리움만 일더라. 남 백


        616, 아내, 그 이름으로 흘러서 함께 가리라. / 남 백 바람이였다. 젊은 날 그대를 만나 좋았고 그대를 보는 것으로도 마음은 편안하고 좋았다. 그것으로 좋았더란다. 영원으로 함께 하고픔 마음은 어느새그리움 되고 언제라도 푸른 하늘을 나는 맑은 바람이였더라. 구름이더라. 그대를 만나면 말도 더듬고 하고픈 말도 안으로 삼켜 버리기 일쑤였지. 가만히 내 안으로 뽀안 안개 나리면 바람에 실려 가다가 솔가지에 걸리는가. 흰 구름 한 조각 저 산 능성에 머문단다. 수도의 염원이더라. 계곡 사이로 물소리 흐르고 산다람쥐 올망졸망 눈동자 사이로 가을 산들 어여뿐 옷가지들 벗어던지면 수도자의 염원은 녹아 산 국화 고운 미소 피어나고 신명 실은 가을해는 서산에 걸리는가. 아! 꿈으로 흘러서 가리라. 안개피운 가을산은 더욱 붉어오리니 흰 구름 만난 솔바람이 나뭇잎 사이로 들면 두 손 모운 초막의 선객의 바램은 우주로 흐르고 흘러 소망의 별이 되어 지상의 그대의 맑고도 고운 꿈으로 화하리라. 남 백 옥천사 청련암에 들러 항새재를 거쳐 아내와 연화봉을 오르면서

        615, 청련 암의 성각 스님 / 남 백 귀하고 깊은 신심 한눈에 알아보겠네. 무심 속 공허는 임의 정정한 마음이요, 바람이 지나가는 길 머물지 않는 無痕을 배우며 물소리 따라 흘러 구도자의 청춘을 말한다네. 공명도 부귀도 부질없다 하는가. 東山으로 해 뜨고 西山의 기우는 달 보며 시공으로 화하는 일상을 배우니 어찌, 산속의 단촐 함을 두고 외롭다 말을 할 것인가. 햇살이 천지를 품은 듯 우주 삼라만상 그 모두가 다 친구인 것을. 남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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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4, 매화의 봄/ 남 백 봄비가 깨웠나 설 매화의 고결한 임 그리는 마음을 설산아래 몰래 피어 고고한 향내 나누며 봄 먼저 알리는 전령 하늘 맞닿은 언저리 구름 안고 홀로 피어 천상의 봄을 말한다. 남 백
      613, 하늘 동자의 감로수 / 남 백 10/ 10/ 24 산 매화 마른 가지로 봄비 촉촉이 나리더니 먼 골 물소리 기운차게 흐르고 산 안개 품은 고운 바람 밤늦도록 진달래 꽃봉오리를 애무하더라. 훔쳐보던 하늘 동자는 얼굴 붉히고 지나는 향기 바람에 들키고 마네 놀란 가슴 가눌 길 없어 품속 연분홍 연노랑빛 감로수 병을 쏟아 버렸더란다. 봄 아지랑이 피어나는가. 만상 만화 숨을 쉬고 새움 돋아 봄꽃 피어나는가. 그 뉘라 알랴. 눈 녹아 생명수 흐르니 꽃이 피는 향기로운 봄 오는 것을. 남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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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2, 새벽 노을 / 남 백 희뿌연 여명 천 산의 잠을 깨우고 산마루 조각조각 뜬 흰 구름은 붉은 입술 금빛 언어를 쏟아내면 해 맑은 웃음소리 저절로 열리어 천상의 메아리로 밝아오는 아침이다. 선계의 고운 임 반기는 미소 東 天 산 능선 사이 사이로 햇님이 저리 환하게 웃음 웃는 날에는 지상으로 밝은 웃음 덩달아 열리리라. 선녀의 춤사위 여운이 물든 구름 금빛 은빛 날개 옷자락에 하늘 그리움만 잔뜩 묻었나 보다. 남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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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1, 희망으로 흘러가는 봄 / 남 백 10/10/25 봄비 나린 대지에는 고사리 보드란 손에 꼭 쥐어보는 꿈결 속 보드라운 봄 햇살의 따스함 어느새 천지에 분분한 아지랑이 오르는 바람 종달새 높이 날아 구름위에 정겨이 닿는가. 재 넘는 산안개 사이로 백학은 날아드는가. 바위틈 더딘 눈 사이로 이른 봄 산의 진달래는 붉기도 하여라. 가슴에는 이미 봄바람 불고 산에는 졸졸졸 생명수 희망으로 흘러가는 봄 이련가. 남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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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0, 바다/ 남 백 잔물결 넘실대면 흰 갈매기 은빛 날개 곱고 천 산 넘어 천 골짜기 이루고 넘실대는 파도 사이로 은혜 햇살 부서지면 무한우주로 번져나는 무량 법문의 바람이 곱다. 가는가. 오는가. 고요한 바다가 부르는 인과(因果)의 노래, 그 파도 따라서 우주로 흘러가는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동행하여 흐르는 하늘 꿈을 꾼단다. 남 백 남해의 푸른 바닷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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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9, 봄/ 남 백 선계 노래 품은 이슬 녹아 흐른 물은 강이 되어 흘러들고 청산은 말없이 녹아 구름위에 곱기도 하여라. 이미 선바람 한 모금 내 안으로 들고 홍도화 녹은 봄 천지에 분분하더라. 남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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