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본래의 모습 따라서/ 남백
본래의 모습 따라서
건강한 이도 있고
병 체질로 약한 이도 있어
그것마저
뛰어넘는 것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본래 밝은 성품이려니
위로는 탐하지 않고
아래로는 자만치 않으니.
가진 것에 고맙고
여유로서 만족하다보면
마음은 구름처럼 가벼워서
우주의 하늘,
그 하늘을 바람 같이
쉬이 넘나들 수 있을 것이다.
92, 修道者의 餘裕(여유)
한잔 차를 내어 나를 찾으니
별은 고요한 미소를 보내고
창가에 바람이 속삭이듯 찾아오네.
막 떠오른 달이 미소 지으니
풀벌레 합창 소리 하늘에 들리고
한 점 다향이 우주로 피어오른다.
지상 도인의 합장 뒤로
영겁의 역사, 우주의 시공이 열리고
겹겹의 원결들 참회의 눈물 되어 흐르고
내 안의 어둠의 흔적들을
사랑으로 보듬어 해원 할 때에
사갈 대는 댓잎은 잠든 우주를 흔들고
비워진 틈새로 바람이 깨우니
살포시 미소일어 의식은 잦아들고
이미 식어 버린 찻잔 속의 달이
빙그레 웃으며 기다려 주는 여유를 깨친다..
91, 채움과 비움 /남 백
채우려 하는 것은
즐거이 비우기 위함이요.
비우려 하는 것은
모자람을 채워 나누기 위함이다.
어리석은 이는
부와 명예를 채우려 집착을 하지만
여유로운 이는
만족으로 채우고 나눔으로 행한다.
어리석은 이는
부귀영화를 취하니 욕망이 남고
여유로운 이는
자연의 이치를 취하니 고요함이 남는다.
어리석음 뒤에는
갈증과 후회가 따르고
여유로움 뒤에는
충만함이 함께한 미소가 남는다. 남 백
89, 안타까움/남 백
흔들리는 것은
설령 풀잎만은 아니더라.
피로써 맺은 그 맹서
광대한 처음의그 약속 있어도
본래의 의미는 퇴색하고
신심의 명세는 봄 눈 녹듯 녹아
흔들리고 꺾이어
새움마저 돋을 자리가 없다더라.
뉘라서 알랴.
처음의 그 피의 진한명세도
시간이라는 존재
그 앞에서 찰라 간의 의지였음을.
한 번의 약속으로도
천년불변의 구도자를 그려본다.
88, 마음을 다스리는 것 중에서 /남 백
바람에 풀잎 흔들리듯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바람 따라 물결 따라 춤추는
조각배 같은 우리네 모습이라서
내가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데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것이지.
수도의 길에 들고부터
내가 가야 하는 길이 있음을 알고
가야 할 목적지를 따라
도법을 지도 삼아 벗들과 함께하니
한 자락 열린 마음으로
천지의 항구에 닿으리라는 희망으로
내 마음 따라서
귀향의 부푼 항해를 하고 있단다. 남 백
(채약 운기 중에)
87, 마음 그릇 /남 백
물이 담기는 그릇에서
구도인의 마음 길을 일깨우는 것을..
물이 조금씩 차오르듯이.
그래서 넘쳐나고 흘러가듯이.
수도의 내력도 그렇게 한 모금
두 모금 채우고 흘러야 합니다.
채우기에만 급급하다보면
흐르지 못하고 변질되기도 합니다.
가득 담으려는 허구의 그릇보다는
작지만 소담한 그릇을 만들어서
채우고 비우고를 반복한다면
흐르고 살아 있는 물이 될 것이라서
신선한 향기 번져나는
하늘 도인의 생명수가 될 테지요~~ 남 백
86, 바람~~~/ 남 백
걸림이 없으니
만사에 자유롭게 흐르고
형태가 없으니
여운마저 남지 않는다.
잠시 시공간을 넘나들며
천년의 약속을 일깨워 주는데
희노애락 모두를
안은 채로 내색치 않으니
말없이 왔으니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는다네.
너를 닮고 싶은
선객의 이 마음 알고나 있는지.
85, 물 /남 백
물을 담다 보면
그릇에 따라 그 모양이 변하니
세모 그릇에는 세모로 담기고
둥근 그릇에는 둥글게 담긴다.
흘러서 방울방울 흩어지고,
하나로 모여들어 천지를 이룬다.
한 닢 녹차에 와 닿으니
그 향기 하늘에 번져 오르고
감로 이슬 한 방울로
신선의 여의주를 닦아주네.
만물의 이치를 이어주는 매개체요.
정성이라는 작은 사랑의 모습이다.
향기는 있으나
얽매이지 않는 모습의 조화
모이고 모여들어 이루는
조화의 바탕이 물과 같다 할 것이다.
84, 맑은 물을 담듯이 / 남 백
바탕이 어두우면
어둡게 비쳐 보이는 것이요,
바탕이 밝으면
밝게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그릇에
무엇이 담기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바탕은 흐려도
맑은 물을 담아두면
그것을 어두운 물이라 하지 않는다네.
소담한 질그릇에
정성으로 정화수를 떠 놓은 듯이. 남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