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하소연 그리고 조화로움/남 백
모두가 내 마음 같았음이라.
미처 그를 알지도 못하면서
나와 같은 줄 믿었더이다.
나를 미루어 그를 보려 했음이라.
내 마음속에 그를 남겨 두고 싶었나 봅니다.
나의 생각 속에 그의 생각을 접합시키려 했나 봅니다.
나의 모습이 밝고 즐거우면
모두가 역시 밝고 즐겁고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한 것이 모든 존재에 번져 가리라 했었습니다.
나의 정성이면 그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오늘에야
내 보잘 것 없음이.
아니 나의 존재가 너무나 작고 어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을 알고 나니
알에서 깨어난 듯 환희가 밀려옵니다.
나를 다시 보는 마음의 눈을 뜨게 된 것 같습니다.
너와 나 모든 것들이 같이 가야 하는 세상임을 알았습니다.
부정과 긍정의 의미를 조금씩,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 자체를 편협했음도 알았습니다.
옳고 그름의 차이를 조금은 알 것 같고.
그것을 분별함이 크게 의미가 없음도 알았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면 되는 것을.
물은 물이요, 바람은 바람인 것을.
모두가 하나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다만 그것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이
내 안에서 정성스레 커가는,
사랑하는 마음의 일부임을 알고 있었기에,
한 점 가식 없는 마음으로 모진 말도 할 수 있었더랍니다.
때로는 부서지고,
때로는 아파하지마는
그것이 사랑에서 기인하는
나의 마음의 표현임을 확신했습니다.
그렇게 활짝 웃는 것과 때로 아파하는 것도.
내 안의 사랑의 마음이
그들과 나를 묶어 주었기 때문임을 알았습니다.
아파하고 위하면서 또 아파하는 것도.
그를 위한 마음에 ,
매를 치는 마음으로 충고하면서
나와 그를 같은 모습으로 같이 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모습조차도, 큰 하늘 일부로서
각자의 모습과 빛이 약간의 차이를 두고
다르게 피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각자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
최상의 의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한 자, 약한 자,
선한 자, 악한 자라 했던 그것들 까지도
모두, 모두가 제 각각의
존재의 가치를 갖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장미는 장미로, 국화는 국화로서.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의 어울림의 조화,
그것이 조화로움 이였습니다.
다만 그것들은,
이것이 옳고 그르다는 판별을 하려 했던 나의 마음이
이러한 것을 깨지 못하고 잡고만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이제는 있는 그대로 놓아 보내고 싶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마냥 흘러넘치고 싶습니다.
온 대지위에다
한 점 눈물방울을 세상에 터트려보고 싶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불행도
그저 그렇게 보아줄 수 있음이 고맙습니다.
아직은 확연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볼 수 있는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고맙고 기쁩니다. 모두가,
모든 존재가 모두 나의 스승임을 알았습니다.
삼라만상이 고요함에 자리할 때 작은 소원을 담아서
나의 마음을 우주의 모든 존재와 어울리고 싶습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남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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