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茶香(수련 중에 향긋함 일어.) / 남 백
문틈 사이로
새어드는 바람에
실려 오는 향기 있어
반가움에 나를 곧추세운다.
이슬 머금은 찻잎
하늘 샘,
천 냉수로 우려내니
천지간의 조화가 스르르 녹아든다.
수인하고 삼매에 들어
천기를 끌어 나를 만나는데
맑게 번져나는 차향기가
오늘따라 그리 반갑구나.
156, 초막에 흐르는 다향 / 남 백
내 안의 나를 만나는 듯
내면 깊은 곳 갑자기 번져오는
이 풍요로움은 무엇의 의미일까?
세상사 살다 보면
별 별일도 있다마는
내 안으로 빛 무리가 햇살인양 떠오르네.
오호라 이를 두어
밝음이라 부를 것이라.
말없이 나를 들여 다 보며 웃음 지을 수밖에.
하늘과 땅, 함께하는 시공
그 사이로 도인은 정좌하고
삼매에 젖어 무심으로 넘나드는데
어느 듯
조각달은 서산 위에 걸리는데
고요한 숨소리 들리는 중에
초막에는 차향으로 가득하구나. 남 백
155, 비움의 이유 / 남 백
많아서 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도 끊임없이 채워지는 진리기에
비우는 것에 망설임이 있을 수 없다.
반딧불이 하나도
목동의 늦은 귀가를 인도하듯이
우주의
모든 존재는 그들의 소임을 다한다.
나를 비워 가는 이라면,
땀으로 구하고 바람으로 나누어
주변과 조화로이 흐르듯 할 것이다.
넘쳐흘러서 나누려 하지마라.
무심의 길, 바람으로 나누는 비움
있는 듯 없는 듯
자연으로 화함이
도인의 비움이라 할 것이다.
154, 나눔의 시작 / 남 백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나눔은 그 시작이 되리니
작은 배려심이 빛을 밝게 하는 것이라.
나눔을 행하는 이는
욕망의 다툼은 사라지고
하나의 마음이 되어 우주를 날 수 있으리.
많고 작음의 차이를 둘 수 없으니
그 누가 부귀영화의 판별을 할 것인가.
본래의 욕심이란 끝이 없이 무량한 것을
욕망의 마음
벗어나면 도인이요,
얽매이면 속인이라.
이를 미루어 밝음과 어둠을 분별한다.
욕망으로 찌든 윤회를 하니.
몇 겁을 돌고 도는 여행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건만
마음이 혼탁하여 보이지를 않는구나.
아쉽고 안타깝구나.
밝음으로의 회귀 어렵지 않노니
다만 그 속들을 모르는지라.
인간 세세 구구절절 만 가지 상인지라.
이를 이끌어 가는 것이
도의 공부 그 의미라
손에 손을 잡고 인연되니
모두를 부여안고 무리지어 갈 것이라.
願空法界諸衆生
自他一時成佛道
153, 無心道 / 남 백
道
존재를 믿고 인정하라
내 안의 나를 끄집어내어
그것들을 펼쳐보라.
나를 놓아버리듯이 모두를 놓아보라.
무량의 세월,
인내한 정성이 그 얼마였는가.
선을 베풀기도 수 없이 하였거늘
죄업의 기로에서 망설임도 많았어라
보이는가?
빛이 있어 어둠이 사라지고.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진리.
이미 그대 안에 천지를 품었는데.
있는 그대로 보아주며.
흐르는 듯 無心으로 나아가니.
마음은 바람이 지나고
물이 되어 흘러가는 여행을 한다.
어둠보다는 밝음이 좋듯이.
부정보다는 긍정의 마음으로
밝게 짓는 미소 한 자락으로도
자연으로 화하는 도의 길 아니던가,
웃음으로 밝게 한 후에
그 어떠한 어둠이라 한들
그것은 결코 어둠만은 아니라네.
있는 듯 없는 듯 흐르는 도의 길에서..
152, 얼굴 / 남 백 (수련 중에 보이는 얼굴을 보면서.)
의수 단전하여 나를 찾아드는데
여미는 옷깃 사이,
마음속 번뇌 잠을 자는 듯
이미 마음은 깃털 되어 날려서가네
맑게 갠 하늘 청청도 한데
한 점 구름 사이로 어리어
방긋이 모습 하는 반가운 얼굴이여
어떠한 만남 이랴.
어느 귀한 인연이기에 이리 반갑고.
손잡을 새도 없이
눈가에 이슬로 촉촉이 맺히는가.
다가서면 멀어질 듯
말없는 중에 구름 열리는 듯
고요한 미소만 날려 보내고 있느냐..
(수련 중에 보이는 얼굴을 보면서.)
151, 신선의 향기 / 남 백
봄 햇살 드리운 듯
너를 만난 이 환희로움은
천 년을 찾아 헤맨 그리움
소망의 꽃을 하나 피워올리니
대지는 햇살로 감싸고
오가는 바람은 인연으로 반긴다.
나눈 사랑이 바탕 되어
밝음의 윤회를 거듭 함이라.
수도자는 삼매에 들고
하늘가 긴 여행을 하는 중에
향긋한 향기바람으로 내리면
가만히 의식을 찾는 중에.
부끄러이 피어난 꽃 사이로
신선들이 마구마구 향기를 뿌려대네.
동양란이 꽃을 피운 그 향기에 취하여...
147, 같이 가고 싶습니다. / 남 백
같이 가고 싶어요.
어제의 힘든 여정
지친 몸 털고 일어나,
창문인양 열리는 마음 따라
천리장천 먼 우주를 여행하고 싶어요.
떠나면 그만인 줄 알았는데,
가벼이 떠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마음에 남는 미련 한 자락 걸려.
수행의 길 오늘도 그것을 부여잡고 있나봅니다.
시간은 흘러가고
백발은 늘어만 가는가.
혼자 가는 길, 외롭고 힘들지만.
손을 잡고 간다면 외롭지 않으리라
누군가와 동행하여
흘러드는 물이 되어
하늘 그리움의 그 의미를 담아
함께 나누면서 웃음의 길가고 싶습니다. 남 백
---日 日 好 是 日--- 미소향기 拜上